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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집] 실면적보다 한층 넓어 보이는 복층 스틸하우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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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는 예나 지금이나 서울 서부권과 인천권에서 전원주택지로 인기가 높다. 2009년 말 김포 고속화도로가 뚫리면 국도 48호선과 김포 우회도로의 상습 정체도 풀리기에 강화대교와 2002년 놓인 초지대교를 이용하면 뭍에서 섬의 남북으로 접근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낙조와 갯벌로 유명한 서쪽에는 펜션이, 연륙교에서 접근하기 쉬운 호숫가나 산자락 밑에는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다. 조득환(56)·정영순(54) 부부의 주택도 강화군 불은면 삼성리, 혈구산과 퇴모산에서 흘러내린 너른 들녘 한가운데 오도카니 자리한다. 99.0㎡(30.0평) 복층 스틸하우스로 실면적에 비해 공간이 훨씬 넓어 보이고, 점 선 면이 끊일 듯 이어지는 외관은 제철을 만나 물이 잔뜩 오른 산세와 동화를 이룬다.


건축정보
·위 치 :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삼성리
·건축형태 : 복층 스틸하우스
·부지면적 : 16,500㎡(5000.0평)
·대지면적 : 825.0㎡(250.0평)
·건축면적 : 99.0㎡(30.0평). 1층-88.1㎡(27.7평), 2층-10.9㎡(3.3평)
·외벽마감 : 스터코, 조적
·내벽마감 : 실크벽지, 천연페인팅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온돌마루
·천 장 재 : 실크벽지, 라치(Larch, 낙엽송)
·식수공급 : 지하수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설계 및 시공 : ㈜비성스틸하우스 032-565-9762~3 www.beesungsteel.com

전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상당수는 도시의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삶을 누리고자 전원행을 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돈사豚舍를 운영하는 조득환·정영순 부부는 I.M.F. 당시 빚 감당이 어려워 강화읍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이곳에다 샌드위치 패널로 집을 지어 이주했다. 2007년 10월, 그 집을 헐고 옆에다 99.0㎡(30.0평) 복층 스틸하우스를 새로 지었으니 10년 만의 일이다.

부부는 여느 건축주와 마찬가지로 전원주택 관련 정보를 수집하면서 목구조 황토집과 목조주택, 스틸하우스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목구조 황토집을 생각했으나 건축비가 만만치 않을뿐더러 제대로 짓지 않으면 하자 발생이 많아 고생한다는 말에 뜻을 접었다. 스틸하우스로 정한 이유는 연면적이 한정된 농가주택이기에 내부 공간을 넓게 사용하는 데다 내구성이나 단열성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와 내부 마감재가 다양하므로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도 한몫 했다.

설계와 시공은 ㈜비성스틸하우스(대표 심태영)에 맡겼는데 현장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도급이 아닌 경험 풍부한 전문 시공팀을 자체 운영하고, 공사 후 수리와 무상 점검을 통한 지속적인 사후 관리 제도도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공간은 넓게 기능은 최대한으로

집은 전망과 외부 진입 동선을 고려하여 옛집보다 터가 높은 위쪽으로 앉혔다. 부지 형태는 동서로 긴 장방형인데 동쪽으로 진입로가 나고 서쪽과 북쪽은 농지이고 남쪽은 경사면이다. 이러한 조건에 맞추어 집을 서쪽으로 배치하여 동쪽에는 주차장을, 남북으로는 적당한 크기의 마당과 중정中庭을 확보했다.

외관은 심플하면서 모던한 형태로 아스팔트 슁글을 얹은 박공지붕의 물매가 남북으로 교차하고, 스터코(Stucco)와 조적으로 마감한 외벽선의 들고남이 뚜렷하다. 학익진鶴翼陣처럼 중앙에 자리한 거실 좌우로 주방식당과 침실을 배치했다. 진입로 쪽 침실 부분을 복층으로 계획한 데다 거실이 약간 튀어나와 서쪽 주방식당 앞에 외부 간섭을 피하는 넓은 공간이 생겼다. 주방식당과 다용도실에서 드나듦이 편리하여 야외 식사나 빨래를 건조하기에 알맞다. 숨은 공간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거실의 연장선상에 놓여 개방감과 공간감을 확장시키는 중정中庭이다. 이곳 역시 전면과 마찬가지로 안팎을 잇는 전이 공간 격인 덱(Deck)을 넓게 깔고 파티오 도어로 거실과 연결했다.

개방감을 고려한 인테리어

1층은 동에서 서로 드레스룸을 겸한 파우더룸과 욕실이 딸린 안방, 거실, 주방식당, 다용도실순으로 배치했다. 또한 안방과 거실 사이에 현관과 계단실을, 그 옆에 화장실을 배치했다. 2층에는 1층 안방 위에 지붕선을 이용하여 작은 방을 2개 드렸는데 그 중 하나는 기도실이다.

애초에 단층 구조로 안방과 자녀들이 놀러와서 머물다 갈 방 하나를 더 드리고자 했다. 그런데 공간이 좁은 데다 당장 쓸 방이 아니기에 관리하기 곤란한 창고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 그 대신 거실을 더 넓혔다. 후에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아들과 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딸이 출가하여 가족을 이루어 쉬러 올 때를 대비해 집 뒤에 중정 격인 덱과 연계하여 별채를 짓기로 한 것이다.

한편 정영순 씨가 원하던 기도방을 지붕선을 이용하여 2층에 만들다 보니 그 옆으로 방 하나가 더 생겼다. 간혹 주말에 아들이 놀러오면 이 방을 그렇게 좋아하여 내려오지 않는다. 아들은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이곳에서 쉬다가 어떤 때는 월요일 새벽에 서울로 갈 정도다. 조득환 씨는 좁은 공간에 방을 여러 개 내면 복잡한데 1층에 침실 하나만 드리기를 잘했다고 말한다.

계단 난간을 목재 대신 단조로 마감하고, 주방과 거실 사이 벽을 일정 부분 트고, 거실과 현관 사이 벽도 홀을 내어 유리로 막아 공간을 시원스럽게 꾸민 것은 정영순 씨의 아이디어다. 침실 욕조에는 세로로 긴 장방형 창을 2개 시원스럽게 냈는데 밝을뿐더러 목욕하면서 바깥 풍경을 내다볼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느림과 비움의 전원 생활

조득환 씨는 나무와 꽃가꾸기를 좋아하는데 25년 전 심은 어린 주목을 이번에 집 짓고 나서 뒤뜰에다 150여 그루를 옮겨 심었다. 조경이 본업은 아니지만 간혹 주목이 필요한 사람에게 팔기도 한다. 뒤쪽에는 주목이 숲을 이루고 그 우측으로 돈사가 보인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화 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돼지를 많이 키웠다. 2007년 말부터 사료값이 껑충 뛰면서 더 이상 양돈은 수익성이 없기에 지금은 돼지를 거의 다 팔았다.

정영순 씨는 서울에서 강화도로 시집 올 때만 해도 시골이라 울고 들어왔는데 지금은 등을 떠밀어도 서울에서는 못 산다고 말한다. 얼마 전 딸아이와 함께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왠지 답답하여 딸아이는 기숙사에 보내고 되돌아왔을 정도다.


한적함 속에서 느리게 사는 생활이 좋다는 조득환·정영순 부부. 전원생활의 묘미는 자급자족이라며 텃밭을 가꾸어 식단을 차리고 필요한 물품을 손수 만들고 하는 일들이 그렇게 좋단다. 조득환 씨는 꽃과 나무도 잘 가꾸지만 용접 기술도 좋아서 축사를 철거할 때 나온 재료로 덱 난간도 손수 만들었다. 이들 부부의 전원생활이야말로 느림과 비움의 철학을 실천하는 게 아닐까 싶다.田


윤홍로 기자 사진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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