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매력의 스틸하우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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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대지 위 일자로 쭉 뻗은 단층집이 정원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대지의단차를 이용해 사무실과 주택 영역을 구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집이다.
충남 서산,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외곽의 너른 땅에 집 한 채가 자리 잡았다. 필로티 주차장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아기자기한 정원이 펼쳐진다. 단층으로 구성한 주택은 동서로 긴 직사각형 매스를 남향으로 앉혀 늘 따스한 햇볕이 든다. 오랜 휴경(休耕)으로 사람 키만큼 자란 풀이 대지 위를 온통 뒤덮고 있던 모습은 이제 옛일이 됐다.
이곳엔 김기만, 정미연 씨 부부와 고등학생 큰아들 시현이, 다섯 살 늦둥이 승현이 네 식구가 산다. 부부는 오랜 아파트 생활을 접고 사업용 창고 및 사무실과 함께 집을 지었다. 공사는 5개월에 걸쳐 진행됐는데, 가장 큰 몫을 차지했던 건 단연 토목공사다. 약간의 경사가 있던 대지에 레벨 차를 주어 사무실과 주택 영역을 구분하는 과정이 추가된 데다, 지반이 약해 기초 공사에 예상보다 더 많은 비용과 수고가 들었기 때문이다. 주택 영역의 토지는 주변을 옹벽으로 둘러싸고 충분히 다짐한 후에 기초하부에 약식 콘크리트 파일기초를 넣었다.
주택의 공법은 두께 1㎜ 내외의 냉간성형아연도금경량형강구조용부재를 뼈대로 하는 '스틸하우스'로 했다. 집짓기를 앞두고 여러 공법에 대해 알아봤지만, 스틸하우스는 시간이 지나도 구조재 변형이 적고 내진설계가 기본으로 적용된다는 데 믿음이 갔다는 것이 건축주의 말이다.
"처음엔 이층집을 지을까도 생각했는데, 2층을 오르내리며 청소할 자신이 없어서 그만뒀어요. 오래도록 질리지 않을, 심플한 집을 짓고 싶기도 했고요."
대지의진입부 한편에는 사무실을 배치하고, 레벨 차이를 이용한 주택의 필로티에는 주차장 및 창고를 두었다. 높은 쪽에는 대지 전체를 아우를 수 있게 정원과 주택을 앉혔다. 대지 레벨이 1층인 곳에 주차장이 있어 법적으로는 지상 2층 규모에 해당하지만, 사실상 단층집인 셈이다. 주택 외관은 건축주의 뜻에 따라 단순한 느낌을 강조하되 유로징크패널과세라믹사이딩의 조합으로 지루함을 덜어냈다.
실내는 일자로 길게 펼쳐진 동선으로 가족 간의 프라이버시를 자연스럽게 확보하고, 더 다양하고 풍부한 공간 경험을 가능케 한다. 주요 실들은 남쪽으로 두어 채광과 조망을 확보했고, 서쪽 필로티 위의 매스를 들어 올려 집 내부에도 단차를 주었다. 이로써 현관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의 영역을 구분할 수 있었다. 현관 동쪽에 있는 LDK 구성의 거실 및 주방은 마당과 바로 연결되고, 안방은 동쪽 끝의 가장 내밀한 곳에 위치한다. 복층 느낌의 서쪽에는 두 아들의 방과 서재를 나란히 두었다. 인테리어는 은은한 컬러 위주로 사용하고, 아이들 방과 서재에만 원색으로 생기있게 포인트를 주었다.
"집 짓고 나서 시현이 손님을 제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휴일엔 친구들을 우르르 데리고 와서 마당에서 바비큐도 해 먹고 탁구도 하면서 놀거든요(웃음)."
사실 미연 씨는 입주 후에도 한동안 승현이에게 '뛰면 안 된다'는 잔소리를 습관처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도, 아이도 안팎으로 공간을 마음껏 누빌 수 있는 집이 생겼다는 사실이 더없이 기쁘다. 코앞의 사무실로 출퇴근할 수 있게 된 아빠 기만 씨에게도, 친구들과 굳이 교외로 놀러 나갈 필요가 없어진 시현이에게도 이 새로운 일상은 달콤하기만 하다. 마당 있는 집이 가져다준 기분 좋은 변화가 가족의 삶 위로 하나둘 쌓여간다.